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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으로 읽는 책] 영감달력

세상에서 가장 물러 터진 음식. 그러나 우리는 이 연약한 녀석을 상대할 때도 칼을 든다. 방심이 아니라 최선을 든다. 우리는 인생 처음부터 끝까지 두부보다 강한 녀석들을 상대해야 한다.   정철 '영감달력'   ‘사람이 먼저다’로 유명한 카피라이터 정철이 ‘내가 봐도 잘 쓴 글’ 365개에 아이디어 메모를 곁들여 책으로 펴냈다. 인용문의 제목은 ‘두부’다.   ‘님을 위한 행진곡엔 내 이름이 나온다. 당신 이름도 나온다. 산 자.’(‘님을 위한 행진곡’) ‘음식을 가장 많이 담을 수 있는 그릇은 가장 큰 그릇이 아니라 빈 그릇이다.’(‘큰 그릇이 아니라’) ‘일동 뒤로 돌아! 이 한마디를 기다린다. 세상이 요구하는 기준이 바뀌는 날. 그날은 온다.’(‘꼴찌’) 단문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글이 많다.   ‘세상 모든 습관 중 쓸모 있는 습관은 하나뿐입니다. 화장실에 들어가 바지 내리기 전 화장지가 충분한지 확인하는 습관, 이것 하나뿐입니다. 나머지 모든 습관은 변기에 쏟아붓고 물을 내리십시오. 습관적이라는 말은 습관이 적이라는 뜻입니다.’(‘습관’) ‘씨와 열매 사이에는 세월이 있다. 그것은 비, 바람, 곤충의 습격을 견디는 시간. 어떤 씨도 세월을 건너뛸 수 없다. 어떤 씨도 견디는 시간을 생략할 수 없다. 그대, 박철민씨도.’(‘씨와 열매 사이’)   작가는 “글을 잘 쓰는 방법은 글을 잘 쓰려 하지 않는 것”, 그냥 “글을 쓰는 것”이라며 “메모하지 않은 생각은 발이 달린 생각입니다. 도망갑니다”라고 썼다. 글을 잘 쓰고 싶은 이들에게 주는 팁이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영감달력 정철 영감달력 습관 이것 카피라이터 정철

2023-12-20

[문장으로 읽는 책] 사람사전

두 개의 칼. 두 개의 칼이 누군가를 공격하려면 먼저 마음을 모아야 한다. 한마음이 되어야 한다. 오차 없는 동 타임에 양쪽에서 치고 들어가야 보기 좋게 상대를 두 동강 낼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두 개의 몸이 하나의 마음 갖는 일이다. 그래서 가위는 칼 두 개를 한몸에 붙여버렸다.   -정철 『사람사전』   ‘사람이 먼저다’라는 명 카피로 알려진 카피라이터 정철의 책이다. ‘세상 모든 단어에는 사람이 산다’란 부제와 함께다. 1234개 단어를 통해 인간과 삶을 얘기한다. 윗글은 ‘가위’ 편이다. 세상이 온통 두 동강 나서 화해를 모르는 건, 바이러스가 맹위를 떨치는 시절에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된 가위질이 가능할까 싶다.   명 카피라이터다운 섬세한 언어 감각과 위트가 눈길을 끈다. “근육을 키우면 쥐구멍에 따라 들어갈 수 없고, 다이어트를 하면 쥐를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 쥐를 잡지 않으면 된다. 인생은 짧다. 짧은 인생을 짧지 않게 사는 방법이 포기다.” ‘고양이’ 편이다.   첫 번째 단어는 “훈민정음 시절부터 줄곧 자신이 자음의 우두머리였음을 기억”하는 ‘ㄱ’. 저자는 여기에 “경직을 키읔이 비웃는다. ㅋㅋㅋ”이라고 덧붙였다. 맨 마지막 단어는 ‘힘’이다. “그대가 첫 페이지부터 한장 한장 넘겨 여기까지 왔다면 이런 말을 드린다. 힘드셨죠? 맨 마지막 단어는 과연 뭘까 궁금해 다 건너뛰고 여기에 왔다면 이런 말을 드린다. 힘내세요.” 서로 힘내자는 격려가 절실한 요즘이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사람사전 카피라이터 정철 마지막 단어 훈민정음 시절

202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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